[후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아 노동당녹색당정의당 신호등연대 기자회견문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로!>
지난 5월 15일,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특히 최근 광주에서 하교하던 여고생이 살해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강남역 이후 10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희동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와 같은 문제제기하며, 국가가 여성혐오범죄임을 인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래는 발언문입니다. 10년 전, 서울 강남역의 공중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 당했습니다.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라는 가해자의 동기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이후 10년 동안, 이것이 어떤 한 사람만의 광기가 아니라 여성 혐오라는 이름의 구조적 폭력임을 말해왔습니다.그런데 바로 그 10주기에, 광주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살해 당했습니다.가해자는 범행 이틀 전, 이미 스토킹 가해자로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를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사건접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 두려움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결정에만 기대는 것이 지금 우리 제도입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실패입니다.스토킹 피해 사례 분석에서 스토킹과 타 범죄가 병행 발생한 비율은 62.8%, 검찰이 분석한 교제폭력·살인 사건 80건 모두에서 범행 전 반복적 위협과 집착이 확인됐습니다. 스토킹 신고는 강력범죄의 전조입니다.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야만 국가가 움직이는 구조, 그 구조가 이번에도 한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제 스토킹 범죄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10년 동안 무엇을 바꿨습니까.스토킹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신고 이후에도 가해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법은 만들어졌으나,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엔 공백이 너무도 큽니다. 그 공백이 이번에도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언론과 수사기관은 이 사건에 '이상동기 범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만들고, 사회의 책임을 지우는 방식입니다.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그 언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성평등가족부는 이 사건에 대해 "혐오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묻겠습니다. 스토킹 신고를 당한 뒤 30시간을 배회하다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골라 살해한 이 사건에서,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합니까. 이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할 국가가 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지우는 언어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여성 혐오 범죄를 여성 혐오 범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부는, 이 폭력의 구조를 바꿀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합니다.우리는 요구합니다.스토킹·젠더폭력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격리와 접근 차단을. 신고 이후 피해자의 안전을 국가가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경찰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스토킹 대응 체계를 마련할 것을. 그리고 이 사건을 젠더폭력으로 기록하고, 그에 맞는 제도적 대응을 마련할 것을.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 우리도 달라지지 않겠습니다.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