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민우회

활동

고객의 만족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단법인 광주여성민우회입니다.

성명논평

[성명] ‘15세 이하 걸그룹 육성오디션 프로그램’ MBN 〈 언더피프틴〉 폐지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03-25
조회 수
128

 [성명]

‘15세 이하 걸그룹 육성오디션 프로그램’ MBN 〈 언더피프틴〉  폐지하라


MBN에서 이달 말 방송 예정인 〈언더피프틴〉 프로그램이 방영도 전에 폐지 요구에 휩싸였다.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최초’로 ‘만 15세 이하 걸그룹 육성 오디션’을 표방한다. 최연소 참가자는 만 8세다.

공개된 홍보물을 보면 출연자들의 어린 나이를 강조하는 동시에 성인 여성 못지않은 모습을 연출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 듯 보인다. 전문적인 메이크업과 함께 크롭티 등의 의상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의 모습은 성인 걸그룹에게 요구되는 왜곡되고 강조된 ‘여성성’과 유사하다. 여기에 상품에나 붙이는 바코드 이미지까지 더함으로써 아동의 성 상품화라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MBN은 “방영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났으나 제작사 측은 25일 긴급제작보고회를 열어 “어린 참가자들의 열정과 제작사의 진심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부디 영상을 직접 확인하시고 평가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제작사에서 강조하다시피, K-pop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이돌을 꿈꾸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K-pop 연예인들의 활약과 세계적인 성공은 실제로 많은 청소년에게 열정과 희망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등용문으로 포장되고, 참가자들은 꿈을 향한 절박함으로 방송의 문을 두드린다.

MBN의 〈언더피프틴〉 역시 방송이 일으킨 논란을 잠재울 방패로 어린 참가자들의 꿈과 열정을 앞세우고 있다. 참가자의 의지를 강조하는 이런 담론은, 어린 여성 참가자들의 분투를 볼거리로 만들어 이익을 얻는 주체가 바로 방송사와 제작사를 비롯한 미디어 자본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한국사회는 성인 아동할 것 없이 여성연예인의 인권보호 조치가 처참할 정도로 부족하다. 2024년 전세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의 절반이 ‘한국 여성 연예인’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음란물 사이트·딥페이크 채널에 등장하는 개인의 53%가 ‘한국인 가수’와 ‘배우’라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데뷔를 빌미로 한 성 상납 요구, 사회초년생인 점을 악용한 불공정한 계약 조건,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 얼굴 평가, 몸매평가, 악성 댓글, 성희롱, 딥페이크 음란물 합성에 시달리는 여성 연예인의 인권과 노동권 침해 실태는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놀랍도록 부족하다. 연예 산업을 둘러싼 엔터테인먼트, 방송미디어 산업과 자본이 누구보다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연예인이라는 꿈을 연금술처럼 광고할 뿐이다.

아동·청소년은 사회 구조적으로 취약한 집단으로서 인권과 노동권의 보호가 필요하며, 의사 표현과 결정 과정에서 더 세심하고 특별한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공동체가 합의하고 있는 사항이다. 여성 아동 연예인은 다중의 취약한 지위에 놓인 존재로서 더 책임 있는 대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한국의 아이돌 산업은 이러한 공동체의 요구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재능 넘치고 빛나는 여성 연예인들이 선의와 관심으로 포장된 무책임한 미디어 산업과 자본에 의해 무수한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사건들을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목격해 오고 있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왜 이런 방송이 ‘글로벌 최초’로 대한민국 MBN에서 기획되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보길 바란다. 더 이상의 퇴행은 없어야 한다.

 

2025.3.25

고양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군포여성민우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원주여성민우회

인천여성민우회 진주여성민우회 춘천여성민우회 파주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