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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공동성명] 여성전략특구 지정이 정책 논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12-23
조회 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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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 언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 광주시의원 여성전략특구 4지정 안건을 상정·의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이후 이 결정을 두고 역차별이거나 과도하다는 주장까지 확산되며, 여성전략특구 지정이 정책 논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정치진입에 취약한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하나 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의 운영절차상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여성정치세력화에 의지가 있는가? 적법한 평가, 젠더전문성을 지는 여성후보 발굴, 선거준비기간 안배를 통한 발표 등이 필요함에도 그저 특구를 지정했다고 발표하는 것 외에 민주당의 의지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 정치에서 여성의 정치 진입은 과연 공정한 출발선 위에 놓여 있는가.

지역위원회와 정당 조직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인맥과 문화 속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정치 활동에 필수적인 시간·자원·후원금 확보 과정에서도 여성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성전략특구를 특혜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여성전략특구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을 몰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공천 구조 속에서 여성에게 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지역을 정치적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 후보가 반복적으로 배제돼 온 지역에 대해, 당 차원에서 여성 후보를 가능한 선택지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개입인 것이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 접근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다. 구조가 불평등한 상태에서 중립을 고수하는 것은 결코 공정이 아니며, 결국 기존 기득권을 유지하는 선택에 불과하다.

여성의 정치 대표성은 여전히 심각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58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712.3%에서 202417.5%5.2%p 상승했으나,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30~40%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역시 202017.3%에서 202520.3%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해 아이슬란드(46.0%), 핀란드(45.5%), 멕시코(50.2%)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여성들이 정치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온 역사이자, 지금도 진행 중인 여성운동 그 자체다. 1995년 베이징 제4차 세계여성대회를 전후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이 도입되었고,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의 활동을 통해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법이 개정되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30% 여성할당제가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2년 지방선거 전에는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 50% 여성할당이 신설되었고,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321개 여성단체가 연대한 총선여성연대의 활동으로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을 명시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한 남녀동수 범여성연대역시 보수와 진보를 넘는 연대체로 구성되어, 지역구 선출직에 여성 공천을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여성의 정치적 전진은 정당이나 국회가 선의로 허락한 결과가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 조직하고 요구하며 쟁취해 온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마저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여성전략특구가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왜곡·소모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 여성전략특구는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카드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

 

 

20251223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회, 광주여성센터, 전남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