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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피해자의 ‘반응’을 묻지 말고, 가해자의 ‘위력’을 판단하라! 광주퍼포먼스아트계 내 성폭력 재정신청 인용 촉구 기자회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03-25
- 조회 수
- 469 회

광주퍼포먼스아트계 내 성폭력 재정신청 인용 촉구 기자회견
피해자의 ‘반응’을 묻지 말고,
가해자의 ‘위력’을 판단하라!
우리는 오늘, 예술계 총감독과 조감독이라는 위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은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예술인은 대부분이 프리랜서 노동자로, 좁은 지역 예술계에서 지속적인 활동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예술계에서 타지인이었던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면 오히려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했고, ‘나 하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업무와 관련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라고 하면서도, 위력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항의를 하는 정황”이 없었고, “사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나 할 법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반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소 사실을 인지한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고에 대해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한 점을 들어 피해자의 진술을 오히려 ‘믿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피해자를 압박한 행동은 가해자의 억울함으로 바라보면서, 절대적인 권력 아래 살아남기 위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대응은 배척한 것이다.
또한 피해자 측 참고인이 당시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과, 가해자가 피해자와 주변 동료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로 참고인이 피소된 사실까지 근거로 삼아, 오히려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참고인은 가해자의 위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약자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는 방의 문고리를 흔듦으로써 ‘내가 이 곳에 있다’라는 것을 알리고, 오히려 그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개입을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제한 채 전형적인 ‘참고인다움’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술을 배척한다면, 앞으로 누가 위험을 감수하며 증언할 수 있는가. 피해자와 연대한 이들이 불이익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낼수록, 그 행동이 오히려 의심의 근거가 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는가.
2018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4.12.선고 2017두74702)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8년 전 확립된 이 당연한 법리조차 외면한 채, 다시금 '피해자다움'이라는 낡은 잣대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광주의 수사기관은 대체 누구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피해자가 왜 즉시 거부하지 않았는지’라는 질문 대신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피해자가 왜 관계를 유지했는지’라는 의심 대신 ‘관계를 끊을 수 없었던 권력 구조는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업무상 위력’의 성립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정말로 ‘피해자다움’, ‘참고인다움’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피해자들의 성격·환경·경험 등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남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대응을 문제 삼기보다, 그 행동이 발생한 맥락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하나. 위력 관계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다움’, ‘증인다움’을 요구하며, 피해자와 참고인 대응만을 문제 삼는 수사를 중단하라.
하나. 가해자의 사후적 대응을 무고함의 정황으로 해석하는 잘못된 판단을 중단하라.
하나. 예술계의 고용구조와 평판, 인적 네트워크 등 위력 관계가 작동하는 맥락을 충실히 반영하여 수사하라.
하나. 성인지 감수성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건 판단에 적용하라.
더 이상 가해자의 행위를 축소하고 피해자의 대응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는, 어떤 정의도 세울 수 없다. 우리는 그 기준이 바뀔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03.25.
광주퍼포먼스아트계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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