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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비판적 에코페미니즘, 노고운 교수님 강연 후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5-08-29
- 조회 수
- 123 회
8월 28일 저녁 7시, 광주여성민우회는 에코 페미니즘에 관심 두고 있는 회원 및 시민 20여 분들과 만났습니다.
우리는 ‘경청’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몸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맺는 관계들에 대해,
그리고 인간이 아닌 지구 타자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감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강의는 듣기라는 행위를 단순한 청각이 아닌, 감각 전체를 동원하는 일로 확장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귀로 듣는 것을 넘어, 피부로 느끼고, 냄새로 맡고, 촉감과 직감, 마음으로 듣는 것.
그리고 이 ‘듣기’는 인간 사이의 소통을 넘어 동물, 식물, 바위, 바람, 바다와 같은 지구 타자들을 향한 경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우리는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도록 길들었을까?”
이 질문은 곧 근대의 ‘과잉 분리’ 개념으로 이어졌습니다.
근대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지닌 공감의 감각을 분리하고 차단해 왔습니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며, 식물은 감각이 없고, 고통은 말로 표현되어야만 증명된다는 식의 전제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분리는 식민주의의 논리이자, 인간을 예외로 두는 인간 중심주의의 근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세핀 도나반은 “우리도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의 고통을 그냥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발 플럼우드는 듣지 못하게 훈련받은 우리의 문화에 저항하며, 존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더 큰 주체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반박하는 여러 지구 타자들의 소통 방식을 나누었습니다.
고래는 초음파와 코다(coda)라는 복합적인 소리 조합으로 의사를 전하며,
이집트 과일박쥐는 원치 않는 성적 접촉에 대해 불평을 터뜨립니다.
우산 아까시나무는 자신이 공격받을 때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여 주변 나무들에 위험을 경고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생명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경청’의 감각을 더 확장해야 함을 배웁니다.
이야기는 "맥락에 따른 도덕적 비거니즘"으로 이어졌습니다.
식물도 감각을 지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모든 존재가 행위자성을 지닌다면, 우리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먹을 것인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단순히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배제하는 것은 인간 예외주의의 경계를 넓히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는 먹을 수 있고, 먹힐 수 있는 존재임을 상기하며, 위계가 아니라 관계를 중심에 둔 먹기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한 에코 페미니스트 농부의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분은 풀을 매고 작물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명을 죽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때로는 우울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도시에서 소비자로만 살았을 땐 미처 체감하지 못했던 감정이었습니다.
동물의 죽음에만 고통을 느끼던 과거에서, 이제는 식물의 죽임조차도 책임 있게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 괴로움을 직면하고 내가 먹는 존재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삶이야말로 맥락에 따른 도덕적 비거니즘의 실천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강의를 맡아주신 노고운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2025 다시 만난 세계 강연은 9월 19일 이정선 교수님의 역사 기행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